연편지 앉아서 하는 여행
연편지 저자 조현아출판 성범북스 출시 2019.06.03.
9.9사랑스러운 서정적인 무늬와 미스터리를 쫓는 이야기의 동력, 그리고 좋은 결말이 일품인 굵고 짧은 작품이다. 짧은 분량 때문에 완성도에 비해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내에 애니메이션 영화로 공개된다고 하니 그 때 화제를 모으고 바란다. 그러나 진심을 말하면 영상화를 굳인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만큼 자주적인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나머지 혹시 기대가 배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연출이나 성우 캐스팅이나, 실제로 영상에서 보면 제가 느낀 감성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것은 나만의 기우인가? 어느 순간부터 실사화, 영화화, 2차 창작이 기대되기는커녕 긁어 부스럼처럼 느껴진다. 아직 영화의 포스터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좀 웃기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여정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작중으로 계속 눈을 친 부분은 일상을 너무 아름다운 달콤한 조명한 점이다. 학교의 풍경과 정원 관리인과 비밀 장소를 일상적이면서 조금 환상적인 연출을 가미한 묘사가 너무 두근거림을 자아낸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감탄하는 동시에 반대로 나는 세상을 바로 턱을 매단 채 다소 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와 반성도 했다. 작중에서 사진의 말에 따르면 모든 장소와 인간은 관심을 갖고 인지하는 순간, 내 앞에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모든 의미가 있는 환상적인 순간과 장소는 어딘가 멀리 있어 고생하고 찾아가야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산재하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것뿐인지. 최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참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를 경험한 나에게 일상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사진의 말은 상당히 영향을 주었다. 멀리 가서 처음 느끼는 감동이 있게 아주 가까이 있고 아름답다고 생각되지 않은 감정도 있을 것이다. 여행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누군가가 여행은 걸어서 읽는 책에서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했지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여행에서 얻는 것도 있으면 반드시 여행이 아니라도 독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얻는 것도 있다. 여행이 바로 책인 책이 바로 여행이라는 말이 지금 갑자기 마음에서 울렸다. 여행에서 잠시 소홀했던 독서에 다시 본격적으로 매진하겠다는 다짐이 일어났다. 앉아서 하는 여행도 설레인다. 인상 깊은 절, 모든 곳은 들어가기 위한 방법이 다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고. 관심을 갖고 인지하는 순간, 내 앞에 존재하게 되니.-여섯번째 편지는 조 현아